이름을 부르면
한 박자 늦게 오던 너

몽실이는 부르면 바로 오는 아이가 아니었어.
한 박자 늦게, 그게 자기 스타일이라는 듯 천천히 걸어오던
그 보폭이 14년 동안 우리 집의 시간이었어.
조금 늦어도 결국 와줬으니까,
나는 그게 좋았어.

몽실이는 그런 아이였어요.

몽실이는 겁이 많았어.
초인종 소리에 침대 밑으로 들어가고,
모르는 사람이 오면 한참을 안 나오는 아이.

근데 이상하게 나한테는 안 그랬어.

내가 퇴근하고 가방을 내려놓으면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발치에 와 있더라.
환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산책 가방 지퍼 소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알아들었어.
다른 데 정신 팔려 있다가도 그 소리 나면
거실로 슬쩍 나와서 나를 쳐다봤어.
그게 14년이었어.

비 오는 날은 산책을 죽도록 싫어해서
우산 펴는 소리에 뒷걸음질치던 아이.
간식은 다른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거 다 안 먹고
이상하게 토마토만 좋아했던 까탈쟁이.

별난 구석이 많은 아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몽실이답다는 거였어.

함께한 14년

특별한 날 사진보다
아무 날도 아니던 날의 사진이 더 많아.
그게 우리 둘이 보낸 시간이야.

이런 모습이 자주 떠올라요

몽실이를 떠올리면 아주 큰 장면보다 먼저 생각나는 건
작고 익숙한 순간들이에요.

이름을 부르면 조용히 다가오던 순간,
소파 옆에 동그랗게 앉아 있던 모습, 간식을 기다리며
눈을 맞추던 표정, 산책길을 따라오던 작은 발걸음까지.

그런 장면들이 모여
우리에게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소파 위에서

내 옆에 가까이에 가만히 붙어 있던 모습

작은 발걸음

산책길을 천천히 따라오던 시간

담요 위 낮잠

가장 편안한 자리에서 쉬던 모습

몽실이에게

몽실아,

너랑 14년이었어.

내가 회사 옮길 때, 이사할 때,
그 모든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은 건 너 하나였어.

내가 늦게 들어와도
짜증 한 번 낸 적 없고,
주말에 늦잠 잘 때도
침대 옆에서 그냥 같이 있어줬지.

너는 큰 소리 한 번 안 내는 아이였는데
이상하게 너 없는 집은
처음 며칠 동안 너무 시끄러웠어.
빈 자리에서 자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

마지막 한 달, 내 무릎 위에서만 자려고 하던 너를 보면서
‘아 이제 가는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내가 너의 보호자였는데,
사실은 네가 내 보호자였던 것 같아.

잘 가, 몽실아.
다음에 만나면 그때도 한 박자 늦게 와줘.
나는 또 기다릴게.

몽실의 시간은
오래 남아 있습니다.

14년이 한 페이지에 다 담길 수는 없겠지만,
가장 자주 떠오르는 장면들을
이곳에 천천히 모아두었습니다.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 본 페이지는 스튜디오 나무가 운영되는 동안 끝까지 유지됩니다.